율의 아버지 제삿날. 자식들에게 아버지는 술과 책을 좋아했던 로맨티스트였지만 숙자에게는 한량 남편일 뿐이었다. 숙자는 남편을 닮아 되도 않는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설쳐대지만 실상은 술 먹고 음주운전하며 사고나 치는, 철 안 든 아들 율이 걱정이다. 어느 날, 율은 숙자가 말기암이며 모든 치료를 거부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웃 해녀의 장례식이 있던 날, 숙자는 자신의 장례식에 쓰라며 율에게 통장을 내준다. 율은 내 영화가 나올 때까지 살아 있으라고 화를 낸다. 그날 밤, 율은 피를 흘리며 고통 받는 숙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며칠 뒤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 부르는 숙자를 바라보는 율. 율은 결국 영화를 포기하고 매제에게 취직을 부탁한다. 꿈을 접는 아들에게 안타까움과 동시에 안도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숙자는 평소처럼 해녀들과 물질을 나간다. 잔잔하고 반짝이는 그 물결 속으로 숙자가 천천히 헤엄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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