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Seasons

Season 1

  • S01E01 Episode 1

    • December 9, 2017
    • tvN

    몇 달 전부터 아랫배가 따끔거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오줌소태가 시작되었다. 어지간한 통증이나 아픔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엄마였다. 천성이 무던하기도 했거니와, 몸이나 마음에 붙은 아픔을 그저 자신의 일부인 양 달고 사는 데 이력이 난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오줌소태는 아무리 약을 먹어도 좀처럼 떨어져 나갈 줄 모르고 점점 몸을 옥죄어 오는 느낌인데.. 엄마는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었다. 지금 사는 집은 웃풍이 심해 겨울나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특히 추위에 약한 할머니는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엄마는 새로 이사갈 집에 소박한 꿈들을 심어놓고 있었다. 봄엔 정원 한편에 꽃도 심고 작은 텃밭도 만들 작정이다. 갓 딴 상추와 고추로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어 가족들과 두런두런 얘기도 나눠야지 싶었다..

  • S01E02 Episode 2

    • December 10, 2017
    • tvN

    "난소암? 그럼 자궁 들어내야 해요? 까짓것 들어내지, 뭐" 엄마는 남 얘기하듯 무덤덤하게 말했고, 아버지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엄마는 맹장 수술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면 아버지도 뭔가 할 말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아내의 몸은 까짓 자궁 하나 들어내는 수술로 해결될 상태가 아니었다. 사람의 목숨이 어쩌면 이렇듯 속수무책일 수 있단 말인가. 명생이 의사라는 작자가 삼십년 넘게 함께 산 사랑하는 마누라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말해줄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아버지는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만 같아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길게 토해내는데..

  • S01E03 Episode 3

    • December 16, 2017
    • tvN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버지가 의사신데, 어떻게 그 지경까지 갈 수 있어요?아버지, 의사잖아요?" 아버지의 참담한 얼굴이었다. 연수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연수는 며칠 휴가를 더 내고 집안일을 거들며 엄마를 오래오래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안 뒤로는 정수도 가급적 외출을 삼간 채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한낮이면 할머니가 으레 소파에서 고양이처름 웅크려 낮잠을 자고, 엄마는 그 옆에 우두커니 앉아 연수가 집안일 거드는 걸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그럴 때 정수는 주방 식탁이나 거실 창가쯤에서 애처로운 눈길로 엄마를 훔쳐보곤 했다. 엄마는 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식구들 앞에서 표 나게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느슨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연수는 엄마의 잔소리조차 듣기 좋았다. 생기 있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연수는 엄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을 눈에, 가슴에 차곡차곡 담기라도 하듯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 S01E04 Episode 4

    • December 17, 2017
    • tvN

    치매 앓고 계신 노인네 투정 부리며 밥 잘 드실까. 기세 좋게 심통 부리며 이년, 저년 욕도 잘하실까. 엄마는 이제 자신이 없으면 끈 떨어진 갓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구박이나 당하며 사실 할머니 생각에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연수를 시집보내놓고 극성맞은 친정어머니 소리 들어가며 총각김치며 밑반찬이며 열심히 퍼다줄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고, 정수가 결혼하면 며느리 앞세워 시장에도 가고, 옷도 사주고, 같이 순대도 먹고 싶었는데, 손주가 생기면 보약도 지어 먹이고, 까꿍까꿍 어르다 품에 안고 낮잠이라도 한번 자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엄마로 할머니로 늙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저 내 새끼들의 뒷모슴을 아프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런 엄마의 어깨를 따스이 감싸 안고 새집으로 들어가는데..